등장인물
영화 「엑시트」의 주인공은 조정석이 맡은 용남이다. 용남은 대학 시절 산악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받았던 청년이었지만, 사회에 나와서는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고 가족 모임에서도 늘 기죽어 있는 인물이다. 조정석은 능청스럽고 생활감 넘치는 연기를 통해 용남의 소심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성격을 현실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번번이 좌절하는 청년의 심리를 자연스럽게 풀어내어, 많은 관객이 자신의 모습과 겹쳐 보게 만든다. 여주인공 윤아는 연회장 직원이자 용남의 대학 시절 선배 의주로 등장한다. 윤아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뛰어넘어 활동적이고 뚜렷한 개성을 가진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녀는 단순히 남자 주인공을 돕는 인물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위기에서 함께 탈출해 나가는 동등한 파트너로서 극의 균형을 맞춘다. 두 배우가 만들어낸 케미스트리는 단순한 연기 호흡을 넘어 영화의 리듬 자체를 이끌어간다. 또한 가족 캐릭터들의 존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고두심은 환갑을 맞은 어머니로서 잔치의 주인공이자, 가족을 지탱하는 따뜻하면서도 단호한 어머니상을 보여준다. 박인환은 아버지 역할로 묵묵히 자식들을 바라보며, 전형적인 한국 아버지의 모습을 담담히 풀어낸다. 여기에 김지영은 용남의 누나로 등장해 티격태격하면서도 끈끈한 가족애를 드러내며 이야기에 현실감을 더한다. 이처럼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루며, 단순히 재난 속 인물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을 스크린에 구현해 낸 것이 「엑시트」의 강점이다.
줄거리
「엑시트」는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재난 탈출극 같지만, 그 안에는 세대적 고민과 인간 본성이 교차한다. 주인공 용남은 과거 산악부 활동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었지만, 사회에 나와서는 번번이 실패를 겪으며 자신감을 잃고 살아간다. 어머니의 환갑잔치가 열리는 연회장에서 그는 대학 시절 선배이자 짝사랑 상대였던 의주와 뜻밖의 재회를 한다. 잔치가 무르익던 순간, 도심 한복판에서 정체불명의 유독 가스가 퍼지며 평범했던 하루는 순식간에 재난 상황으로 전환된다. 가스는 순식간에 도시를 뒤덮고, 건물 안 사람들은 탈출구를 잃은 채 혼란에 빠진다. 용남과 의주는 생존을 위해 옥상으로 향하며, 그 과정에서 대학 시절 갈고닦은 클라이밍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밧줄을 걸고 건물 사이를 뛰어넘으며, 순간순간의 위기를 헤쳐 나가는 과정은 관객에게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안겨준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히 스펙터클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용남이 가족을 지켜내고자 하는 책임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점차 자신감을 되찾는 여정이 중요한 서사의 축을 이룬다. 의주 역시 단순한 동행자가 아니라 위기 상황 속에서 두뇌와 행동력을 발휘하며 용남과 대등하게 탈출을 이끈다. 긴박한 탈출 과정 속에도 영화는 적절한 코미디적 요소를 삽입해, 긴장과 웃음이 교차하는 독특한 리듬을 완성한다. 결국 이 여정은 단순히 목숨을 구하는 싸움이 아니라, 자신이 잃어버렸던 가능성과 가족의 소중함을 되찾는 상징적 과정으로 그려진다.
영화총평
「엑시트」는 2019년 개봉 당시 큰 흥행을 거두며,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재난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기존 재난 영화들이 대규모 CG와 파괴적 비주얼에 의존했다면, 이 영화는 현실적인 인물과 상황, 그리고 코믹한 톤을 활용해 신선한 매력을 만들어냈다. 조정석은 특유의 유쾌한 연기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달하는 주인공을 완벽히 소화했다. 윤아는 첫 주연작에서 안정적이고 세련된 연기를 선보이며, 아이돌 출신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두 배우의 호흡은 단순한 남녀 주인공의 로맨틱 케미를 넘어, 위기 속 동료이자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구현해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연출을 맡은 이상근 감독은 장편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리듬감 있는 편집으로 관객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유머 감각, 그리고 마지막까지 관객에게 희망을 남기는 결말은 한국형 오락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물론 일부 장면에서 우연성이 과도하거나 과장된 설정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는 오락적 재미를 강화하는 장르적 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엑시트」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청년 세대의 고민과 가족의 의미를 담아낸 드라마로서 관객에게 공감과 여운을 남겼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재난 영화의 긴장감, 코미디의 웃음, 가족 드라마의 감동을 모두 잡아낸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