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영화 용의자는 공유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이다. 그는 그동안 멜로와 드라마에서 부드럽고 따뜻한 이미지를 주로 보여왔는데, 이 영화에서는 전혀 다른 얼굴을 선보였다. 공유가 연기한 ‘지동철’은 북한 특수부대 출신의 최정예 요원으로, 나라의 명령에 따라 수많은 작전에 투입되며 최강의 전투 능력을 갖춘 인물이다. 그러나 체제의 배신과 가족의 비극을 겪으면서 결국 남한으로 망명하게 된다. 공유는 날렵한 체격과 깊은 눈빛, 그리고 액션 장면에서의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지동철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단순히 힘으로 싸우는 전사가 아니라, 딸을 잃은 아버지로서의 슬픔과 고독까지 담아내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박희순은 영화 속에서 지동철을 추적하는 남한 군 출신 정보요원 ‘민세훈’ 역을 맡았다. 그는 전쟁터 같은 작전 현장에서 생존한 경험을 바탕으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민세훈은 지동철을 쫓는 임무를 부여받았지만, 단순한 적대자가 아니라 그와 비슷한 상처와 과거를 지닌 인물로서 미묘한 공감을 느낀다. 박희순은 이중적인 감정을 특유의 묵직한 연기로 표현하며, 영화의 긴장감을 높였다.
또한 배우 조성하가 권력과 음모의 중심에 선 인물로 등장해 극의 무게를 더한다. 그는 군사 정보와 정계 사이에서 이익을 꾀하며, 지동철을 몰아세우는 거대한 음모의 배후로서 서늘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유다인, 김성균 등 조연 배우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캐릭터를 충실히 소화하며, 영화의 서사적 밀도를 높여준다.
특히 이 영화에서 공유와 박희순의 대립 구도는 단순한 선악 대결이 아니다. 한쪽은 가족을 잃고 진실을 찾으려는 탈북 요원이고, 다른 한쪽은 국가를 지켜야 하는 전직 군인이다. 이들의 관계는 마치 ‘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듯한 구조를 이루며, 관객들에게 “과연 누가 진짜 적이고, 누가 피해자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줄거리
영화의 시작은 북한 특수부대 요원 지동철의 망명으로 열린다. 그는 한때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지만, 정권의 권력 다툼 속에서 배신당하고 가족까지 잃은 뒤 남한에 숨어든다. 남한에서 그는 평범한 외국인 노동자로 위장하며 살아가지만, 내면에는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분노와 슬픔이 가득하다.
어느 날 지동철은 자신이 경호를 맡고 있던 인물이 의문의 세력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에 휘말린다. 현장에는 음모를 암시하는 단서들이 남겨지고, 그는 순식간에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몰린다. 언론과 정부 기관은 그를 테러리스트이자 위협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전국적인 추격전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민세훈이다. 그는 지동철을 끝까지 추적하라는 명령을 받지만, 그의 행동과 눈빛에서 단순한 범죄자의 기운이 아닌 어떤 진실을 감지한다. 추격은 서울 도심, 국도, 심지어 산악 지형까지 이어지며 스케일 있는 액션 장면을 만들어낸다.
줄거리 중반부에서 밝혀지는 진실은 영화의 흐름을 크게 바꾼다. 지동철은 단순히 살인을 저지른 탈북자가 아니라, 국가 권력과 군사 기업의 음모에 얽힌 피해자이자 키를 쥔 인물이었다. 그의 딸의 죽음 뒤에는 거대한 정치적 배신이 숨어 있었고, 그는 그 진실을 밝히고 복수하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클라이맥스에서는 민세훈과 지동철의 마지막 대결이 펼쳐진다. 그러나 단순한 적대적 싸움이 아니라, 서로의 과거와 상처가 겹쳐지면서 ‘누가 진짜 적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결국 지동철은 진실을 드러내지만, 그 대가로 모든 것을 잃는다. 영화는 그가 걸어온 길의 비극성을 강조하며, 전형적인 영웅 서사 대신 고독한 반영웅의 초상을 그린다.
영화총평
용의자는 한국 영화에서 흔치 않은 첩보 액션 스릴러 장르의 성취를 보여준 작품이다. 액션,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의 감각과 한국적 정서를 동시에 담아냈다.
첫째, 액션 연출의 완성도가 높다. 공유는 직접 고강도의 액션 훈련을 소화하며 대부분의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그의 맨몸 격투, 차량 추격, 고공 액션 장면은 국내 영화에서 보기 힘든 리얼리티를 선사한다. 특히 야간 고속도로 추격전과 빌딩 탈출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숨을 죽이게 만들 정도로 긴박하다.
둘째, 서사적 주제가 단순한 액션에 머물지 않는다. 영화는 ‘배신당한 전사’라는 캐릭터를 통해 체제의 폭력성과 개인의 상처를 드러낸다. 지동철은 더 이상 조국을 위해 싸우지 않고, 잃어버린 가족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위해 싸운다. 이는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정적 울림을 전한다.
셋째,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가 탁월하다. 공유는 기존의 로맨틱한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냉혹하면서도 슬픔이 깃든 반영웅을 완벽히 소화했다. 박희순은 카리스마 넘치는 적대자이자 동시에 동질감을 느끼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깊이를 더했다. 조성하는 음모의 배후로서 영화 전체의 톤을 묵직하게 잡아주었다.
넷째, 영화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인간의 본성과 사회 구조의 모순을 비춘다. ‘누가 진짜 범인인가’, ‘국가가 개인을 어떻게 희생시키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액션 이상의 메시지를 남긴다. 이 점에서 용의자는 한국식 첩보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개봉 당시 평론가들은 “공유의 재발견”이라며 그의 액션 연기를 극찬했고, 관객들은 할리우드와 견줄 만한 액션 스케일에 놀라움을 표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복잡한 음모 구조와 다소 익숙한 서사 전개가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의자는 한국형 액션 스릴러의 레퍼런스로 남아 있으며, 공유라는 배우가 액션 장르에서도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으로 기록된다.